
얼마 전 밤에 재무제표 PDF랑 차트 이미지를 LG 엑사원 4.5(EXAONE 4.5)에 통째로 넣어봤어요. 사진을 보는 한국 AI가 숫자를 얼마나 읽어내는지, 진짜 궁금했거든요.
먼저 살짝 흘리자면, 일반 사진보다는 복잡한 업무 문서에서 진가가 나오더군요. 그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볼게요.
엑사원 4.5 멀티모달, 뭐가 달라졌나
엑사원 4.5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같이 이해하는 비전-언어 모델(VLM)입니다. LG 발표 기준으로 32B 파라미터 언어 모델에 1.2B 비전 인코더를 붙여 총 33B가 되는 구조라고 해요.
33B가 어느 정도냐면, 요즘 나오는 수백 B짜리 초대형 모델에 비하면 꽤 가벼운 체급입니다. 무거운 서버 없이도 회사 안에 직접 깔아 돌리기 좋은 크기라는 얘기예요.
공개 방식이 좀 특이한데요. 챗봇 사이트가 아니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오픈웨이트로 올라와 있습니다. 연구·학술·교육 목적으로 제한돼 있어서, 비개발자가 챗GPT 켜듯 바로 쓰긴 어려운 구조예요.
성능 수치도 LG가 직접 발표한 건데요. STEM 벤치마크에서 77.3점으로 GPT-5-mini나 클로드 소네트 4.5(Claude Sonnet 4.5)를 앞섰다고 합니다. 다만 자체 발표라는 점, 그리고 GPT-5 풀버전 같은 최상위 모델과 붙인 비교는 아니라는 점은 감안하고 보셔야 해요.

엑사원 한국어 응답 품질, 번역체가 없다
제일 먼저 체감된 건 한국어가 자연스럽다는 점이었습니다. 해외 모델 쓰다 보면 어순이 영어를 옮긴 듯 어색할 때가 있는데, 엑사원은 그런 번역체가 거의 안 보였어요.
존댓말과 반말, 미묘한 뉘앙스를 가르는 감각이 한국어 화자가 쓴 것처럼 매끄러웠어요. 국내 문서 양식이나 표현을 많이 학습한 티가 났습니다.
대신 길고 복잡한 추론을 시키면 응답 속도가 처지거나 앞뒤 일관성이 살짝 흔들리는 구간이 생기기도 합니다. 짧고 명확한 작업에선 빠릿한데, 여러 단계를 묶어 물으면 한 박자 느려지는 느낌이었어요. 가벼운 체급이라는 게 여기서 슬쩍 드러나는 것 같았네요.

엑사원 멀티모달 실측, 계약서·차트 숫자 읽기
진짜 궁금했던 건 이미지였습니다. 그래서 막대그래프 한 장이랑 스캔한 계약서 한 장을 넣어봤어요.
차트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막대 높이를 눈대중이 아니라 축 눈금까지 잡아서 수치를 뽑아내는데, 항목별 값을 표로 정리해주니까 그대로 옮겨 적기 편했습니다. ChartQA, OmniDocBench 같은 문서 이해 벤치마크에서 동급 최고 수준을 주장하는 게 빈말은 아닌 것 같았어요.
스캔이 좀 흐릿한 계약서도 조항 번호와 금액을 곧잘 읽어냈어요. 일반 풍경 사진보다 이런 복잡한 산업 문서에서 숫자 추출 정확도가 확실히 높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겠어요. 계약서 금액 한 줄이 실제와 미묘하게 어긋난 적이 있었습니다. 고위험 문서일수록 환각, 그러니까 AI가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오류가 섞일 수 있어서 사람이 최종 검토하는 단계는 빠지면 안 됩니다.

한국 AI 엑사원 4.5, 누구에게 맞을까
그래서 이걸 누가 쓰면 좋을지 정리해봤어요.
작은 모델 크기만 보면 회사 서버 안에 직접 깔아 돌리는 온프레미스 배포에 유리한 체급이에요. 데이터를 밖으로 못 내보내는 보안 민감한 기업이라면 이 부분이 큰 매력이지요. 다만 여기엔 큰 전제가 붙는데요. 지금 라이선스는 연구·학술·교육으로 제한된 비상업(NC) 조건이라, 현재로선 사내 프로덕션 환경에 상용으로 올려 쓰는 건 안 됩니다. 그러니 "라이선스가 상용까지 풀린다면" 반복적인 문서 요약, 차트 해석 같은 보조 작업에 붙이기 좋은 후보다, 정도로 봐두시는 게 맞아요.
반대로 가볍게 대화하거나 즉시 답이 필요한 개인 업무엔 잘 안 맞아요. 허깅페이스에서 직접 띄워 써야 하는 접근성 문제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면 지금은 상업적 활용 자체가 막혀 있으니, 회사 일에 붙이려면 오픈웨이트 라이선스 약관부터 꼭 확인하셔야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엑사원을 해외 최상위 모델의 대체재로 보지 않습니다. 만능 교체재가 아니라 "내 문서를 내 환경 안에서 안전하게 다루는 보완재"로 접근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GPT나 클로드를 한 방에 갈아치우는 도구를 찾고 계셨다면 솔직히 지금은 아니에요. 하지만 (라이선스가 풀린다는 전제 아래) 밖으로 못 내보내는 사내 문서를 한국어로 깔끔하게 처리할 자리를 찾고 있다면, 저라면 망설임 없이 엑사원 4.5를 먼저 띄워보겠습니다. 화려한 만능 도구가 아니라 내 데이터를 내 울타리 안에 둘 수 있다는 그 한 가지가, 막상 일하다 보면 제일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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