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3시, 노트북 화면에는 4인 가족 7일치 식단표가 단백질 수치까지 정리되어 떠 있었어요. 제가 잠든 사이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가 8분 만에 끝낸 결과물이었습니다.
5/19 구글 I/O에서 공개된 직후부터 일주일 동안, 제가 일상에서 굴리는 일감 5가지를 통째로 던져봤어요. 결과는 반은 놀랍고, 반은 황당했네요.
안티그래비티 에이전트 2.0, 데스크톱 앱으로 빠져나온 자리
가장 큰 변화는 IDE 안에 살던 도구가 별도 데스크톱 앱으로 빠져나온 점이에요. 코드를 짜는 분이 아니어도 켜자마자 "이 일 좀 해줘" 하고 던질 수 있는 형태가 됐습니다.
엔진은 제미나이 3.5 플래시(Gemini 3.5 Flash)로 갈아탔는데, 구글 공식 발표 기준으로 경쟁 프런티어 모델 대비 4배, 안티그래비티 환경 안에서는 최대 12배까지 빠른 것으로 표기되어 있더라고요. 같은 지시를 던졌을 때 응답 첫 글자가 6~9초쯤 빨리 떨어지는 게 체감되더라고요.

핵심 무기는 두 개입니다. /schedule 로 새벽 시간대 작업을 cron 처럼 예약하는 기능, 그리고 메인 에이전트가 즉석에서 하위 에이전트(Subagent)를 여러 마리 만들어 병렬로 돌리는 기능이에요. 1인이 3~4인 팀을 굴리는 효과라는 표현(이건 구글 공식 멘트가 아니라 제가 써보고 붙인 비유예요)이 아주 과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식단표 자동 생성과 쿠팡 장보기, 캡차에서 멈춘 자리
첫 일감은 식단표였어요. "4인 가족, 한식 60%·양식 40%, 칼로리·단백질 표기" 한 줄 지시로 7일치를 던졌더니 8분 만에 깔끔한 표가 구글 독스로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쿠팡 자동 장보기였어요. 장바구니까지는 잘 채워넣었는데 결제 직전 2차 인증과 캡차에서 그대로 멈추더라고요. 다행히 실패 지점이 Artifacts에 브라우저 녹화 영상으로 남아서, 어디서 막혔는지 1분 안에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운영 방식을 바꿨어요. 장바구니까지만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캡차·결제는 제가 들어가서 마무리. 이 분업 하나로 일주일 사이 장보기에 들어가는 시간이 평소 25분에서 4~5분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도쿄 출장 비교 자료, 호텔 가격은 32% 빗나갔어요
도쿄 4박 5일 출장 시뮬레이션을 돌렸어요. 18개 항공편을 가격·시간·수하물 정책 컬럼으로 정리한 비교표가 구글 독스에 자동으로 꽂혔습니다. 손으로 했으면 한 시간은 꼬박 걸렸을 작업이지요.

다만 호텔 가격은 좀 위험했어요. 아고다·부킹닷컴에서 긁어온 수치였는데, 제가 10개 호텔을 표본으로 직접 검색해 비교해보니 평균 32% 정도 어긋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캐시된 페이지를 본 건지 다른 통화 환산에서 실수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 가격을 그대로 믿고 결제하면 사고가 납니다. 견적용 후보 목록으로만 쓰시는 게 안전해요.
캘린더 충돌 잡기는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구글 캘린더와 연동해서 7분 만에 중복 미팅 2건을 찾아내고 대안 시간 3개를 제시해줬는데, 이건 그대로 받아 써도 무리가 없더라고요.
안티그래비티 블로그 SEO 분석, 22분에 5편 끝낸 자리
제 블로그 글 5편을 하위 에이전트들에게 동시에 던졌어요. 22분 만에 5편 분석 완료. 같은 작업을 단일 챗봇으로 돌리면 한 시간을 가뿐히 넘기는데, 병렬 처리 효과가 진짜 강하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경쟁 페이지 상위 10개를 끌어와 글자 수, H2 개수, 누락된 LSI 키워드까지 비교표로 뽑아주는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다만 한국어 롱테일 키워드를 영문 도구 기준으로 평가하다 보니 멀쩡한 키워드가 "검색량 0"으로 찍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네이버·다음 데이터는 따로 보정하셔야 해요.

개인적으로는 이 SEO 분석 작업이 5가지 중 가장 본전을 뽑은 자리였어요. 손으로 하면 반나절짜리가 20분으로 압축되니, 한국어 보정만 사람이 한 번 거치면 충분히 실무에 들어올 수준이라고 봅니다.
한국어 환경 함정과 무료 플랜 한도 문제
자율 작업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함정이 적지 않았어요.
- 4시간 넘는 장기 작업에서는 초기 지시사항이 슬그머니 잊히는 일이 생깁니다. 저는 1시간 단위로 작업을 쪼개서 던지는 식으로 우회했어요.
- macOS와 윈도우 사이 한글 파일명 인코딩이 깨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영문 접두사를 붙여 저장하는 걸로 해결했네요.
- 무료 플랜 한도가 출시 뒤로 눈에 띄게 빡빡해졌습니다. 일 단위 한도에서 주간 단위 한도로 바뀌면서 체감 폭이 컸는데, 자율 작업 한두 개만 돌려도 금방 차서 실사용은 월 $20 AI Pro가 사실상 최소 조건으로 보입니다.
야간 자율 작업도 마냥 믿을 건 못 됐어요. 외부 사이트 UI가 살짝만 바뀌어도, 로그인 세션이 만료돼도 그대로 멈춰버리거든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젯밤 작업 실패"라는 알림을 받는 일이 일주일 사이 두 번 있었습니다.
안티그래비티 7일 결산, 반자율 분업으로 살아남은 자리
7일 동안 5가지 작업을 던져보고 든 생각은 단순했어요. 완전 자율은 아직 환상이고, 반자율 분업이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캡차·실시간 가격·한국어 미세 보정처럼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자리는 그대로 남았어요. 대신 정보 수집, 표 정리, 병렬 비교 같이 "손은 많이 가지만 머리는 안 쓰는" 일은 안티그래비티가 정말 잘 가져갑니다.

5가지 중 저는 SEO 분석과 캘린더 충돌 잡기 두 가지를 일상 루틴으로 박을 생각이에요. 식단·출장·장보기는 부분 위임으로 유지하면서요. 7일 자율이라는 단어에 홀려서 전부 맡기는 쪽이 아니라, 어떤 일감을 떼어 던질지 경계를 긋는 쪽. 25분이 4~5분으로 줄어든 그 한 자리가 일주일 동안 본 가장 솔직한 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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