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월요일 밤 11시, 노트북을 닫고 자러 갔는데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시킨 거래처 200건 정리가 끝나 있더라구요. 한 주를 그렇게 살아봤습니다.
지난 3월에 출시된 젠스파크(Genspark)의 'AI Employee', 클로(Claw)요. 개인용 Standard Cloud Computer가 월 $39.99부터 시작합니다. 환율 1,350원 기준으로 약 5만 4천원 정도예요. 한 달 점심 두세 끼 값을 들여서 'AI 직원 한 명'을 두는 셈인 거지요.
근데 'AI 직원'이라는 카피를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지, 한국 직장인의 진짜 업무에 어디까지 붙을 수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한 주 동안 일감 다섯 개를 던져봤어요.
Genspark Claw 핵심 기능, 노트북 꺼도 도는 24시간 VM
가장 큰 차별점은 사용자별 독립 가상머신을 띄워준다는 점입니다. 어떤 의미냐면, 제가 노트북을 닫고 퇴근해도 클라우드 위에서 작업이 그대로 계속 돈다는 얘기예요. 야간이나 주말에 비동기 업무 — 자료 조사, 메일 분류, 데이터 정리 — 를 던져두고 자도 되는 구조입니다.
또 하나는 MoA(Mixture-of-Agents) 구조인데요. 젠스파크 측이 공식 블로그('Introducing World's First Mixture-of-Agents (MoA) System')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여러 LLM 에이전트가 한 작업을 분담·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단일 모델 대비 환각과 오류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다만 모델 여러 개가 동시에 돌아가는 만큼 크레딧 소모도 빠른 편이라, Task Budgets를 미리 잡아두는 습관이 필요해요.

일감 5개 시켜본 결과, 진짜 7시간이 줄었을까
지난 주 5일 동안 던진 일감들이에요.
1. 거래처 200건 CSV 정리 (5분)
엑셀에 흩어진 거래처 200개 중복 제거 + 카테고리 분류 작업이요. 평소 같으면 한 시간 잡고 노가다 하던 일인데, 5분 만에 끝났습니다. 규칙 기반 데이터 정리는 진짜 강점이더라구요. 다만 거래액 누적합과 전년대비 증감률을 동시에 뽑는 다단계 수식 요청에선 중간에 한 번 틀려서, 결국 시트를 다시 열어 검수했습니다.
2. 10장짜리 PPT 초안 (20분)
프롬프트는 딱 한 줄이었어요.
신사업 제안서 10페이지, 출처 5개 이상 인용
이렇게만 던졌는데도 초안과 출처 목록을 같이 뽑아왔어요. 빠르긴 한데 인용된 수치 몇 개가 원본과 미묘하게 어긋나서, 출처 링크를 일일이 다시 클릭해 확인해야 했습니다. 디자인은 딱 기본 템플릿 수준이에요.
3. 10페이지 영문 보고서 번역 (3분 미만)
이건 진짜 빨랐어요. 다만 "검토 부탁드립니다"의 경어 톤이나 업계 관용어 — 예를 들면 "백 오피스 효율화" 같은 표현 — 가 직역으로 흘러서, 결국 30분 정도 다듬어야 했습니다.
4. B2B 콜드 이메일 3개 버전 (30분)
도입부 톤만 다르게 해서 세 가지 버전을 받았어요. 80% 정도는 그대로 보내도 될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조건부 자동화는 약했어요.
3일 뒤 답장 없으면 자동 리마인드 발송
초안 생성에는 강하지만, 트리거 자동화는 n8n이나 자피어(Zapier) 같은 전문 도구를 따로 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5. 산업 자료 조사 + 요약 (1시간 분량 → 15분)
체감상 30여 개 사이트를 동시에 훑고 요약본을 던져줍니다. 다만 인용된 통계 수치는 원본 출처를 한 번 더 확인해야 안전하더라구요.
합쳐서 총 절감 시간은 약 7시간 정도였습니다. 다만 모든 결과물에 15~30분 검토·수정 시간이 따라붙어서, 실제 순절감은 5시간 안팎이었던 것 같아요.

카카오톡 미지원이 한국 직장인 도입의 진짜 장벽
여기서부터가 솔직한 평가인데요. 클로의 메신저 연동에 카카오톡과 네이버웍스가 빠져 있습니다. 슬랙(Slack), 팀즈(Teams), 왓츠앱(WhatsApp), 텔레그램(Telegram)은 되는데, 한국 직장 작업 흐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카톡이 빠지면 알림·승인·전달을 따로 우회 설계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저 같은 경우엔 회사 슬랙이 깔려있어서 어떻게든 돌렸지만, 카톡 단톡방으로 보고가 오가는 팀이라면 클로의 자동 알림을 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비용 구조도 한 번 더 짚어봐야 합니다. 월 $39.99는 무제한이 아니라 크레딧 기반이에요. 복잡한 다단계 작업 — 예를 들면 200건 데이터 정리 + 메일 발송 + 리포트 생성을 한 번에 묶는 경우 — 에선 크레딧이 빠르게 빠집니다. 팀 단위 도입을 보신다면 한 달 사용량을 먼저 작게 굴려보고 결정하시는 게 안전해요.
법인 결제도 짚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부가세 처리나 세금계산서 발급 여부가 확인 시점 기준 공식 페이지에서 찾기 어려웠어요. 회계 부서 입장에선 매월 영수증 처리에 손이 한 번 더 가는 구조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3월에 나온 신생 제품이라 데이터센터 위치와 개인정보 처리 약관은 도입 전 법무·보안팀에 한 번 돌려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AI Employee, 위임 가능한 일과 절대 못 맡길 일
한 주 굴려본 그림은 이렇습니다. '직원' 카피와 달리 클로는 자율 위임 도구가 아니라 초안 생성기라고 보시면 되겠어요. 결과물 100%를 사람이 검수해야 발송·제출이 가능한, 사실상 HITL(Human-in-the-Loop)을 전제로 한 구조였습니다.
위임이 잘 되는 일은 규칙이 명확한 작업이에요. CSV 정리, 자료 1차 수집, 영문 → 한국어 초벌 번역, 콜드 메일 초안 같은 것들요. 반대로 위임이 어려운 일은 한국어 경어와 뉘앙스가 결과를 좌우하는 영역, 그리고 답장 흐름을 봐가며 단계별로 다음 액션이 갈리는 조건부 자동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클로 같은 자율형 에이전트를 들일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게 "이 결과물을 누가 검수할 것인가"라고 봅니다. AI 직원 한 명을 두는 게 아니라, AI 인턴 한 명에 검수 시니어 한 명이 따라붙는 구조에 가깝거든요. 검수자 없이 자동 발송 흐름까지 묶어버리면 사고 한 번에 크레딧이 아니라 신뢰가 나갑니다.
월 5만 4천원이 아깝진 않은데, 그 5만 4천원으로 절감되는 5시간이 진짜로 '내 시간'으로 돌아오려면 검수 루틴을 미리 짜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카카오톡 미지원, 부가세 처리 불투명, 한국어 뉘앙스 한계 — 이 세 가지는 도입 결정 전에 한 번 더 무게를 달아보실 자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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