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관공서 안내문 한 장 받아들고 '척사'라는 단어 앞에서 5분을 멍하니 있었어요. 결국 토종 AI한테 풀어달라고 던졌습니다.
알고 보니 척사는 윷놀이를 가리키는 한자어더라고요.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같은 지자체가 이런 일본어투·한자어 행정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순화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해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단어를 바꿔주고 있다는 건, 그 어려움이 제 머리 탓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은행 서류는 더하죠. '리볼빙', '당발송금' 같은 단어가 줄줄이 나오는데요. 조사를 보면 국민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금융 약관·설명서를 어렵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한 조사에서는 국민 금융이해력이 OECD가 잡은 최소 목표점에도 못 미쳤다는 발표가 있었어요. 결국 한국어로 된 서류를 풀어달라는 수요는 꾸준했던 셈이지요.
토종 AI로 행정용어 풀어달라 시킨 방법
저는 이번에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씽크(HyperCLOVA X THINK)를 써봤어요. 한국어 종합 이해력 평가에서 69.7점으로 다른 모델보다 앞섰다는 자료가 있어서 골랐습니다. 그 외에 LG 엑사원(EXAONE), 업스테이지 솔라 프로(Solar Pro) 같은 토종 모델도 대표 주자로 꼽히더군요.
사실 한국인 생성형 AI 사용률은 챗GPT(ChatGPT)가 68.1%, 제미나이(Gemini)가 13.8%로 외산이 압도적입니다. 외산 의존도가 82%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예요. 그런데도 굳이 토종을 택한 건, 한자어 섞인 안내문에선 우리말 감각이 결과를 가른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프롬프트는 단계를 나눠서 구체적으로 던지는 게 핵심이에요.
- 먼저 "이 안내문을 중학생도 알게 풀어줘"로 전체 뜻을 잡습니다.
- 그다음 "위약금 조건만 표로 정리해줘"처럼 필요한 부분만 다시 요청합니다.
- 마지막으로 "내가 놓치면 안 되는 기한이 있어?"로 빠진 곳을 한 번 더 훑습니다.
한 번에 "다 설명해줘" 하면 두루뭉술하게 나오는데, 이렇게 쪼개서 물으면 훨씬 깔끔하게 정리해줬어요.

한국어 행정문서, 토종 모델이 더 자연스러운 구간
확실히 차이가 느껴지는 구간이 있었어요. 척사 같은 순화어가 섞인 안내문에서, 토종 모델은 그 단어가 어떤 상황에서 쓰였는지를 외산보다 매끄럽게 잡아냈습니다.
계약서를 요약시킬 때도 비슷했어요. 존댓말 어투랑 특약사항 같은 한국식 조항 구조를 더 자연스럽게 다시 써주더군요. 한국 서류 특유의 결을 학습한 티가 나는 부분입니다.
다만 만능은 아니었어요. 영문 약관이나 표로 빽빽한 양식에서는 외산과의 격차가 거의 안 느껴졌습니다. 한국어 문맥이 강한 곳에서만 토종이 한 발 앞서는 정도로 보입니다.

AI 답변은 참고용, 교차 확인이 필수예요
여기서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게 있어요. AI는 법적 효력이나 기한, 금액, 위약금 같은 핵심 정보를 틀리거나 아예 지어내기도 합니다. 이걸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부르는데요. 풀어준 내용이 매끄러워 보일수록 더 위험해요. 진짜 같으니까요.
그래서 AI 답변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입니다. 위약금이나 기한처럼 돈·시간이 걸린 항목은 반드시 원문이랑 공식 창구에서 다시 확인하셔야 해요. 금융 용어라면 금융감독원 '파인(FINE)'에 '알기 쉬운 금융용어' 사전이 있고, 행정용어는 국립국어원·행정안전부 순화어 자료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저는 AI가 풀어준 단어를 파인에서 한 번 더 검색해서 맞춰보고 있어요.
그리고 개인정보는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생성형 AI에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같은 고유식별정보를 넣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어요. 2021년 불거진 챗봇 '이루다' 사건은 학습 데이터에 섞인 실명·계좌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노출한 일이었는데, 2025년 법원에서 위자료 지급 판결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니까 이름, 주소, 주민번호, 구체적인 부채 금액은 직접 입력하지 마세요. 민감정보가 그대로 찍힌 서류 이미지를 통째로 올리는 것도 피하셔야 합니다. 풀고 싶은 단어나 조항만 따로 떼서 물어보는 게 안전해요.

그래서 이게 진짜 해결책일까요
솔직히 한 가지는 짚고 가고 싶어요. 어려운 용어를 써온 건 관공서랑 은행인데, 그걸 해독하는 수고는 결국 받는 사람 몫이 됐다는 점이요. 책임이 슬쩍 소비자한테 넘어온 구조지요.
게다가 정작 이런 서류가 제일 버거운 분들은 고령층인데, 그분들에겐 AI를 켜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벽입니다. 디지털 격차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는 분명히 있어요.
그래도 지금 당장 외계어 같은 안내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입장이라면, 토종 AI로 한 번 풀어보는 건 충분히 쓸모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단, 지킬 건 딱 두 가지예요. 돈·기한 걸린 항목은 공식 창구에서 다시 맞춰보는 것, 그리고 주민번호·계좌번호는 절대 넣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만 챙기면 '척사' 앞에서 5분씩 멍 때리던 일은 확실히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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