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은 'CFO'인데 막상 돈을 옮겨주지는 못합니다. 자동 이체도 자동 저축도 없어요. 분석만 하는 'CFO'에 월 $20 쓸 값어치가 있을까요?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4월에 Computer 플랫폼과 Plaid를 묶어 Personal CFO 기능을 내놓은 뒤, 5월 들어 은행·카드·대출까지 연동 범위를 넓혔어요. 저도 신청서 받은 다음 날부터 한 주 동안 카드 명세서, 증권 거래내역, 홈택스 PDF, 법인카드 영수증까지 다 던져봤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기엔 미묘한 지점이 많아서, 5가지 쓰임새로 풀어봤어요.
퍼플렉시티 Personal CFO 사양과 한국 사용자 Plaid 미지원 문제
일단 사양부터 짚어보면 Personal CFO 는 퍼플렉시티 프로(Perplexity Pro) 월 $20 플랜부터 쓸 수 있습니다. Max 플랜($200)까지 안 가도 핵심 기능은 전부 켜져요(Computer 태스크 자체가 Pro·Max 전용이고요). 미국·캐나다 웹 환경에서는 Plaid 로 여러 은행·카드·대출 계좌가 자동 연동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문제는 한국 계좌 자동 연동이 막혀있다는 점입니다. Plaid 가 한국 금융권을 지원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처럼 한국에서 쓰는 분들은 토스·뱅크샐러드에서 CSV 로 내보낸 거래내역 파일을 맥 폴더에 떨궈두고, Computer 에게 "이 폴더 읽어서 분석해줘" 하는 식으로 우회해야 합니다. (연동 브라우저는 Comet 을 그대로 씁니다.)

CSV 1,247건짜리 거래내역을 12초 만에 분류해줬어요. 1,247건이 어느 정도냐면, 한 달치 카드 명세서 두세 장에 증권 거래 한 달치를 합친 수준이지요.
카드사 통합 분석과 키움 증권 주간 리뷰
본격적인 쓰임새는 여기서부터예요.
1. 여러 카드사 내역 통합 분석
신한·삼성·현대 세 장의 카드 명세서 CSV 를 한 폴더에 던지고 "5월 지출 카테고리별로 묶어줘"라고 시켰습니다. 엑셀로 했으면 카드사 양식이 달라서 컬럼 통일하는 데만 30분은 걸렸을 작업이었는데, 90초 만에 표가 나오더라고요. 식비·교통·구독료 분류 정확도도 95% 정도였습니다.
2. 증권 계좌 주간 리뷰
키움 거래내역 CSV 와 보유 종목 리스트를 던졌더니, 종목별 최근 뉴스를 웹에서 끌어와 "이번 주 리스크 종목 3개"를 요약해줬어요. 다만 수익률 계산에서 한 종목 평단가를 잘못 잡은 적이 있어서, 숫자는 반드시 검산하셔야 합니다.

토스 같은 자동 분류 앱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왜"를 묻는 서술형 분석이라고 봅니다. 토스는 카테고리만 나눠주는 반면, 퍼플렉시티는 "지난달 대비 외식비가 38% 늘었는데 주말 저녁 결제가 7건 더 잡혔다" 같은 서술을 뱉어주는 식이거든요. 같은 숫자를 두고도 "분류"와 "해석"의 차이가 한 주 굴려보니 꽤 명확하게 갈리더라고요. 식비가 늘었다는 사실은 토스도 알려주지만, 그게 점심이 아니라 주말 저녁에 몰렸다는 패턴은 토스가 짚어주지 않으니까요.
연말정산 PDF 시뮬레이션과 전세 자금 타임라인

3. 연말정산·종합소득세 시뮬레이션
리서치 자료에서는 세금 시뮬레이션 시나리오가 소개되어 있지만(미국 기준), 한국에서는 IRS 양식 자체가 무용지물입니다. 대신 홈택스에서 받은 연말정산 간소화 PDF 를 던져서 환급액을 미리 잡아봤어요. 세무서 시뮬레이션과 비교했을 때 ±3만원 정도 오차가 났습니다. 연금저축·신용카드 한도 같은 계산 로직은 책에서 학습한 수준이라, 큰 틀에선 맞지만 디테일은 사람이 봐야 합니다.
4. 전세 자금·이사 비용 타임라인
내년 봄 이사 계획을 던지고 "보증금 인상분, 중개 수수료, 이사 비용을 월별 현금흐름으로 정리해줘"라고 시켰더니, 8개월짜리 타임라인이 표로 나왔습니다. 금리가 0.5%p 오르면 어떻게 되냐고 다시 물었을 때 시나리오 변경 대응이 빠른 점은 마음에 들었어요.
세금이나 부동산처럼 숫자 한 자리 틀리면 큰일 나는 영역은, AI 가 내놓은 수치를 그대로 믿지 마시고 홈택스·국세청 자동계산기와 한 번 더 맞춰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법인카드 영수증 OCR 정산과 사내 보안 주의

5. 법인카드 영수증 OCR 정산
이게 제일 시간 절감이 컸어요. 영수증 PDF 12장을 던지고 "정산용 표로 만들어줘"라고 시켰더니, 거래처·금액·결제일·항목 분류가 자동으로 표로 떨어졌습니다. 정확도는 95% 정도, 30분 걸리던 정산이 8분에 끝났습니다.
다만 법인카드 영수증에는 거래처명이나 사내 비용 코드 같은 민감 정보가 섞여 있어요. 퍼플렉시티 공식 안내에서는 Computer 환경이 샌드박스에서 돌아가고 사용자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회사 보안 정책상 외부 AI 도구에 영수증을 그대로 올리는 게 막혀있는 곳도 많거든요. 참고로 저는 거래처명을 "A사·B사"로 마스킹한 다음 던지는 식으로 우회하고 있어요.
퍼플렉시티 Personal CFO 월 $20, 토스·뱅크샐러드와 비교하면
한 주 굴려본 정리입니다.
Plaid 자동 연동을 못 쓰는 한국 환경에서, CSV 수동 업로드와 엑셀 가계부 사이의 노동량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카드 명세서 다운로드해서 한 폴더에 떨궈두는 동작 자체는 어차피 사람이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단순히 가계부 자동화만 원하시면 토스·뱅크샐러드가 무료에다 더 매끄럽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월 $20을 쓸 경우는 있어요. 영수증 OCR 정산처럼 문서 작업이 많은 직장인, 그리고 "왜 이 달에 지출이 늘었는가" 같은 서술형 해석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결이 맞는 것 같습니다. 토스가 정리해주는 카드 한 장과, 퍼플렉시티가 던져주는 다섯 줄짜리 해석은 아예 다른 도구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본인이 매달 마주하는 문서가 카드 명세서 한 장이라면 토스, 카드·증권·세금·영수증 네 가지 폴더가 책상에 쌓여있다면 Personal CFO. 둘 중 어느 쪽이 본인 책상 위에 더 두껍게 쌓여있는지, 이번 달 책상을 한 번 들여다보시면 답은 거기서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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