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 리뷰/ChatGPT

AI 여행 일정 통째로 맡겨봤더니, 예산표는 왜 매번 어긋났을까

피드너 2026. 7. 27. 08:00

 

지난달에 4박 5일 일정, 성인 2명, 1인 70만 원만 던졌더니 챗GPT(ChatGPT)가 1초 만에 시간대별 표를 뱉어내더라고요. 신기해서 박수쳤는데, 거기서부터 슬슬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함과 곤란함이 거의 한 몸처럼 붙어 있었어요. 그래서 어디까지 맡겨도 되고 어디서부터 직접 손봐야 하는지, 제가 겪은 걸 그대로 갈라서 정리해봤습니다.

 

AI 여행 일정, 다들 쓰는데 다들 못 믿는 이유

일단 속도는 진짜 압도적입니다. 제가 직접 검색으로 동선 짜면 못해도 두세 시간은 걸리는데, 챗GPT는 30초 만에 표 하나를 완성하더군요.

 

근데 저만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한 여행업계 조사에서는 여행자의 56%가 일정 짤 때 AI를 쓴다고 해요(Phocuswright, 2026). 그런데 비슷한 흐름의 다른 조사에서는 AI 플래너를 쓰는 사람이 66%인데, 결과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비율은 32%에 그쳤다고 합니다(Beach.com, 2025).

 

쉽게 말하면 "쓰긴 쓰는데 끝까지는 못 믿는" 상태인 거죠. 저도 딱 그 32%에 못 드는 쪽이었습니다.

 

 

AI 휴가 계획, 뼈대 잡는 건 진짜 잘합니다

칭찬부터 하자면, 초안 만드는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오전 9시 동네 카페, 11시 미술관, 오후엔 해변 산책. 이런 식으로 시간대별 표를 알아서 채워줍니다. 예산도 항공·숙박·식비·교통으로 항목을 갈라서 합계까지 딱 내주더라고요.

 

거기에 "느긋한 해변 + 로컬 미식" 같은 여행 테마도 제안하고, 짐 싸기 목록 초안까지 만들어줍니다. 머릿속이 백지일 때 뭐라도 깔아주는 출발점으로는 정말 쓸만했어요.

 

제 생각에는 이 영역, 그러니까 아이디어 늘어놓고 큰 구조 잡는 일은 AI한테 맡겨도 손해 볼 게 없다고 봅니다.

 

 

AI 여행 예산, 폐업한 식당과 빠진 리조트 피

문제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정보"였습니다. 여기서부터 표가 보기 좋게 무너지더군요.

 

가장 당황스러운 건 없는 걸 있다고 하는 환각이었어요. 한 분석에서는 챗GPT가 만든 여행 일정의 90%에 크고 작은 오류가 섞여 있었다고 합니다(SEO Travel, 2024). 폐업한 식당을 추천하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카페 이름을 지어내는 식이죠.

 

동선도 현실을 무시할 때가 많았습니다. 12km 떨어진 두 곳을 묶어놓고 "아침 산책"이라고 적어두거나, 정오에 문 여는 카페에 오전 8시 방문을 박아놓더라고요.

 

예산은 더 낙관적이었습니다. 항공·숙박은 챙기는데 리조트 피, 현지 교통비, 각종 수수료 같은 숨은 비용을 슬쩍 빼먹어요. 리조트 피만 해도 1박 평균 35달러라는 집계가 있는데(NerdWallet, 2024), 35달러가 어느 정도냐면 일주일이면 약 245달러, 우리 돈 30만 원대 예산이 통째로 새는 셈입니다.

 

 

챗GPT 여행 일정표, 검증할 자리와 믿어도 될 자리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AI를 "만능 가이드"가 아니라 "초안 쓰는 인턴"으로 보자는 거였습니다. 최종 결정과 사실 확인은 제 몫으로 남기는 거죠.

 

뭘 검증하고 뭘 믿어도 되는지는 이렇게 갈리더라고요.

 

  1. 운영시간·휴무일·요금·폐업 여부처럼 자주 변하는 정보는 무조건 직접 확인합니다.
  2. 여행 테마나 예산 항목 분류 같은 구조적인 정보는 그냥 받아써도 됩니다.
  3. 동선은 지도 앱 길찾기로 거리와 소요 시간을 한 번 더 대조합니다.

 

검증 프롬프트도 조금 바꿔봤어요.

 

숨은 비용까지 포함해서 다시 계산해줘
실제 거리랑 영업시간 기준으로 확인할 항목을 표시해줘

 

이렇게 시키면 그래도 빈틈이 줄더군요.

 

물론 솔직하게 인정할 점도 있습니다. 30초 만에 나온 표를 검증하는 데 제가 40분쯤 썼어요. 시간 아끼려고 AI 쓴 건데 검증에 시간이 다시 드는 거죠. 다만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보단 확실히 빨랐습니다.

 

참고로 저는 챗GPT가 뽑아준 식당·카페 이름을 그대로 지도 앱에 넣어 최신 리뷰 날짜부터 봐요. 1년 넘게 리뷰가 끊긴 곳은 일단 폐업부터 의심하거든요.

 

그래서 다음 여행엔, 후보 목록으로만 받겠습니다

여기서 두 갈래가 보였습니다. AI 표를 그대로 들고 떠나는 길과, 초안만 받고 변동 정보는 직접 검증하는 길이요.

 

저는 망설임 없이 두 번째를 고르려 합니다. 첫 번째 길은 셔터 내린 식당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결말이 너무 쉽게 그려지더라고요.

 

AI 표를 완성본으로 들고 떠난 사람과, 후보 목록으로만 받아들이고 운영시간·숨은 비용을 손으로 한 번 더 짚어본 사람. 막상 현지 골목에 도착했을 때 표정이 갈리는 건 결국 이 한 끗 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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