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 친구랑 단톡방에서 생일선물 얘기 중이었는데요. 갑자기 AI가 끼어들어서 '3만 원대 무드등 어떠세요?' 하고 카드를 띄우더라고요. 이게 카나나(Kanana)입니다.
저도 처음엔 살짝 놀랐어요. 친한 친구 셋이서 노닥거리는 톡방에 모르는 캐릭터 하나가 슥 들어와서 말을 거는 느낌이라서요. 지난 4월 카카오톡에 정식으로 들어온 이후로 3주 정도 굴려봤는데, 좋은 지점과 어색한 국면이 꽤 또렷하게 갈리더군요.
카카오톡 #검색이 어느 날 카나나로 바뀌었어요
가장 먼저 체감한 건 #검색입니다. 예전엔 단톡방에서 #날씨 치면 그냥 키워드 매칭된 카드가 떴는데, 4월 21일부터 순차 전환되면서 "지난주에 엄마가 보낸 계좌번호" 같은 문장형 질문이 먹히게 됐어요. 카톡 안에 흩어진 영수증, 송금내역, 메시지를 자연어로 끌어옵니다.
엄밀히는 카나나 이용에 동의한 사람만 전환되는 옵트인 구조긴 해요. 다만 동의 화면이 너무 매끄럽게 흘러가서 의식 안 하고 누른 친구들이 꽤 있더라고요. 1:1 대화에서 부르는 개인메이트 '나나', 단톡방에 상주하는 그룹메이트 '카나'로 갈리는데, 단톡방 카나는 첫인상이 솔직히 광고 같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카카오 공식 발표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제 주변 8명 중에 3주 뒤까지 끄지 않고 쓰는 사람은 3명이었어요. 공식 수치와 체감 사이에 거리가 좀 있어요.

카나나 AI 선물 추천이 제일 쓸 만했어요
3주 굴려본 결과, 제일 손이 자주 갔던 영역은 선물하기였습니다. "30대 여성 동료, 3만 원대, 사무실에서 쓸 거"라고 입력하면 핸드크림 세트나 디퓨저 같은 상품 카드를 5~6개 뽑아주는데, 적중률이 꽤 좋았어요.
차이는 결제 동선이에요. 챗GPT(ChatGPT)한테 같은 질문을 던지면 "○○ 브랜드 추천드려요"라고 끝나는데, 카나나는 카카오 선물하기 상품 카드가 바로 떠서 한 번 더 누르면 결제 창입니다. 3만 원 무드등을 띄운 화면 그대로 결제까지 30초가 안 걸렸어요.
카카오맵 연동도 약속이 잡힌 단톡방에서는 슬쩍 편합니다. 약속 시간 30분 전쯤 "강남역까지 18분 걸려요" 하고 이동 시간을 안내해주는 카드가 뜨거든요. 제가 평소에 시간 안 보고 늦는 편이라 이 알림이 꽤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때 그거"까지 잡아내는 카나나 한국어 강점
한국어 자연스러움은 외산 AI보다 한 수 위로 느껴졌어요. 주어 없이 "그때 그 식당 이름 뭐였지?"라고 던져도 직전 대화에서 언급된 장소를 잡아내요. 챗GPT한테 같은 톤으로 물으면 "어떤 식당을 말씀하시는지 좀 더 알려주시겠어요?"가 먼저 돌아옵니다.
존댓말 톤 조절도 자연스러운 편이에요. 친구 단톡방에선 반말 섞인 가벼운 답변, 회사 동료 톡방에선 격식 톤으로 자동 전환되는 느낌이 있어요. 카카오가 카나나 Nano를 온디바이스에 얹어 한국어 데이터로 학습시킨 결과가 드러나는 국면이지요.

카카오 카나나 vs 챗GPT, 솔직히 아쉬운 한계
다만 카나나 단독으로는 못 채우는 영역이 분명히 있어요.
- 평균 응답 속도가 챗GPT보다 한 박자 느리게 느껴졌어요. 단톡방 대화가 빠르게 오갈 때 흐름이 끊기는 게 체감돼요.
- 복잡한 추론이나 코딩 질문을 던지면 결국 카톡 안에 내장된 챗GPT 호출 기능으로 넘어가게 돼요. "굳이 카나나를 써야 하나?"라는 의문이 여기서 생깁니다.
- 식당·미용실 예약은 제휴처가 아직 적어서, 막상 카드 눌러보면 "예약 불가"가 뜨는 경우가 많아요.
개인정보 이슈도 마음에 걸려요. 카카오 측은 사적 데이터는 단말기 안에서 처리하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올해 초 약관 개정 때 "데이터가 자동 수집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한 차례 돌았던 게 아직 기억에 남아있는 분들 많을 거예요. 저도 일단 설정에서 프로액티브 제안 끄기는 켜둔 상태로 쓰고 있어요.
대화에 끼어드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세대별로 갈렸어요. 30대 후반 친구는 "광고 같다"고 바로 껐는데, 20대 동생은 "재밌다, 친구가 한 명 더 늘었다"고 하는 식이었어요. 사적 영역에 AI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감각이 다른 것 같아요.
카카오톡 카나나, 어디까지 쓸 만한가
3주 굴려보고 정리한 제 입장은 이래요. 선물 추천, 식당 예약, 과거 대화·송금내역 검색 — 이 세 지점에선 한국 서비스에 붙어있다는 강점이 분명히 살아요. 그래서 이 영역은 켜두고 씁니다.
반대로 업무 단톡방이나 가족 단톡방에서는 프로액티브 제안을 끄는 쪽으로 가요. 흐름을 잘못 잡아서 엉뚱한 카드를 띄우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AI가 끼어든 말 한마디가 관계를 묘하게 만드는 국면은 아직 분명히 남아있지요.
결국 카나나는 '한국어를 잘 하는 비서'가 아니라 '한국 서비스에 붙어있는 비서'로 자리잡을 도구라는 게 제 결론이에요. 거기까지가 지금 단계의 정확한 좌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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