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오전 10시, 회의 메모 1,200자를 클로드 디자인(Claude Design)에 던졌더니 2분 30초 만에 11쪽짜리 슬라이드가 떨어지더라구요. 그 길로 한 주 내내 피그마(Figma)를 안 켰습니다.
저는 6년차 사내 기획자고, 클로드(Claude) 프로(Pro) 플랜 구독자예요. 디자이너 동료 없이 시안부터 뽑아야 하는 자리라 신규 도구가 나오면 일단 한 주는 본인 일에 끼워 넣어보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똑같이 5일을 굴려본 기록을 남겨둡니다.
Claude Design — 비전 능력이 강화된 Opus 4.7 위에 얹힌 AI 디자인 도구
앤스로픽 랩스(Anthropic Labs)가 비전 능력이 강화된 클로드 오퍼스(Claude Opus) 4.7 모델 위에 얹어 내놓은 AI 디자인 도구입니다. 프롬프트 하나로 슬라이드, 프로토타입, 원페이저, 앱 목업까지 뽑아줘요.
산출물은 PDF, PPTX, HTML, 그리고 캔바(Canva) 직접 전송으로 빠집니다. 다만 피그마 내보내기는 막혀 있어요. 디자이너 손이 한 번 가야 하는 자리에는 결국 PPTX나 캔바를 한 번 거쳐야 합니다.
이용 자격은 유료 구독자(Pro, Max 등) 전용이고요. 더 신경 써야 할 건 구독 플랜과 별개로 붙은 주간(Weekly) 사용량 한도(Task Budgets) 예요. 한도는 프롬프트 개수가 아니라 토큰 기준으로 깎입니다. 그래서 한 번에 무겁게 던지면 금세 바닥나요. 실제 독립 리뷰들에서는 프로 한도가 30분짜리 프로토타이핑 한 세션이나 한 자릿수 프롬프트 만에 소진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요. 슬라이드 한 덱을 두세 번 갈아엎는 정도로도 충분히 마를 수 있는 양이지요.

회의 메모 1,200자로 슬라이드 11쪽 뽑기
월요일 회의가 끝나자마자 거친 한글 메모를 그대로 던졌어요. 문장 정리도 안 한 날것이었는데 2분 30초 만에 11쪽이 나왔습니다.
차트가 Recharts 코드로 렌더되는 점이 의외로 컸어요. 숫자 한 줄 고치면 바로 그래프가 갈아엎히거든요. 슬라이드 안에 박힌 텍스트도 캔버스에서 인라인으로 수정됩니다.
근데 PPTX로 내보내는 순간 차트는 이미지로 굳어버려요. 사내 임원 보고서처럼 숫자가 한 번 더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캔바로 보내서 마감하는 동선이 훨씬 편하더라구요. 클로드로 뼈대 → 캔바로 마감, 이 두 단계로 끊는 게 한 주 동안 가장 잘 굴러간 절차였어요.
실제로 회의 메모를 던질 때는 이런 식이었어요.
첨부한 회의 메모(1,200자)를 11쪽 슬라이드로 만들어줘.
- 1쪽: 표지 / 2쪽: TL;DR / 3~9쪽: 안건별 / 10쪽: 액션아이템 / 11쪽: Q&A
- 회사 브랜드 컬러와 폰트 적용
- 차트는 Recharts로 인라인 편집 가능하게

디자이너 없이 프로토타입 30분 컷 — 두 가지 함정
기존에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면 3일 걸리던 앱 3화면 프로토타입을 30분 만에 뽑았습니다. 그것도 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동작하는 HTML/CSS/JS 코드로요. 버튼 누르면 화면이 넘어가고, 토글이 진짜로 켜집니다.
다만 두 가지 함정이 있어요.
- 코드를 클로드 코드(Claude Code)로 한 번 넘기면 디자인 캔버스로 다시 못 돌아옵니다. 편도 티켓이라는 뜻입니다.
- 로고 위치나 여백 같은 픽셀 단위 제어는 부정확합니다. "오른쪽 위로 8px" 같은 지시가 잘 안 먹혀요.
빠른 1차 시안용으로는 진짜 좋았는데, 브랜드 가이드를 엄격히 지켜야 하는 최종본 자리에는 못 가더라구요. 결국 마지막 픽셀 보정은 사람이 한 번 잡아주는 HITL(Human-in-the-loop) 단계가 필요하다는 얘기예요.
사내 원페이저 — 40분에서 8분으로 줄어든 작업
5일 중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건 의외로 프로젝트 킥오프용 A4 원페이저였습니다. 보통 40분쯤 잡고 만들던 걸 8분 만에 끝냈어요.
비결은 첫날 한 번 학습시켜둔 회사 PPT 템플릿과 브랜드 컬러예요. 이후 모든 산출물에 그 컬러와 폰트가 일관되게 자동 적용됩니다. 매번 헥스코드 붙여넣을 필요가 없어요.
학습시킬 때 던졌던 프롬프트는 대충 이런 형태였어요.
첨부한 회사 PPT 템플릿(.pptx)과 브랜드 가이드(PDF)를 기준 스타일로 등록해줘.
앞으로 모든 산출물에 이 컬러 팔레트와 폰트를 기본값으로 적용해줘.
다만 여기서 보안 이슈가 한 번 걸렸습니다. 사내 디자인 자산을 리서치 프리뷰(Research Preview) 단계 도구에 학습시키는 건 보안팀 승인이 필요한 자리예요. 정식 버전이 아니라 기능 변경·중단 가능성이 남아있는 단계이기도 하니, 회사 표준 도구로 박기 전에 한 번 더 점검하실 필요가 있어요.
Figma·Canva와 갈리는 지점, 그리고 추천 사용자
5일 굴려본 솔직한 감상은, 클로드 디자인은 피그마 대체재가 전혀 아니라는 겁니다. 실시간 협업, 버전 관리, 픽셀 단위 제어 같은 전문 디자인 기능은 거의 없어요.
실제로 부딪히는 경쟁 상대는 PPT, 감마(Gamma), 캔바 쪽이라고 봅니다. 비디자이너가 1차 시안을 빨리 뽑을 때 쓰는 도구들이 정확히 같은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 슬라이드 제작 시간이 90분에서 25분으로, 원페이저는 40분에서 8분으로 줄어든 게 한 주 데이터예요.
추천하는 대상은 분명합니다. PM, 기획자, 1인 창업자처럼 디자이너 없이 빠른 시안이 필요한 분들이네요. 반대로 마감본까지 끌고 가야 하거나, 회사 표준 도구로 박아야 하는 자리에 지금 시점에서 추천드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주간 사용량 한도예요. 월요일에 다 써버리면 금요일까지 손가락만 빠는 그림이 나옵니다. 저도 이번 주 목요일 오후에 한도가 바닥나서 마지막 시안은 결국 캔바에서 마무리했어요.

마치며
목요일 오후 4시쯤, 한도 소진 알림창을 보고 한참 모니터를 멍하니 봤던 기억이 납니다. 월요일에 11쪽 슬라이드를 2분 30초 만에 받아들고 신나서 같은 덱을 세 번이나 갈아엎은 게 그 자리에서 다 돌아왔거든요. 다음 주는 같은 실수 안 하려고 프롬프트 30개를 주말에 미리 정리해두려구요. 보안팀 승인 안 받은 자산은 절대 안 올린다는 선만 지키면, 디자이너 없이도 한 주 정도는 굴려볼 만하다는 게 이번 5일이 남긴 정직한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