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 선물’이라는 거대한 숙제가 코앞에 닥쳤습니다. 30년 넘게 같이 산 저보다 과연 AI가 우리 부모님을 더 잘 알 수 있을까? 엉뚱한 호기심이 생겨서, 올해는 네이버 쇼핑에 있는 ‘선물 에이전트’라는 AI에게 대뜸 물어봤어요.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거든요. ‘최근 아버님께서 골프 엘보를 검색하셨네요’ 같은 소름 돋는 추천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특별한 걸 찾아주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네이버 선물 에이전트, 10초 만에 나온 답변은?
네이버 쇼핑 앱에서 ‘선물 에이전트’를 찾는 건 간단했습니다. 대화창이 뜨고, AI가 바로 말을 걸어오더라구요.
"선물할 대상과 예산을 알려주세요."
저는 망설임 없이 ‘어버이날 선물, 50대 아빠, 20만원 이내’라고 입력했어요. 딱 10초 정도 걸렸을까요? AI가 수줍게(?) 추천 목록을 내밀었습니다. 홍삼 세트, 목 어깨 안마기, 전동 칫솔...
네, 딱 예상했던 그 목록이었어요. 편리하긴 한데 솔직히 살짝 김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네요. 제 검색 기록을 뒤져서 맞춤 추천을 해주는 건 아닐까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더라구요. 다행히 프라이버시 걱정은 덜었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알고 보니까 이 AI는 제 개인 데이터만 보는 게 아니라, 특정 연령대와 시즌에 가장 많이 팔리고 검색되는 상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하는 방식에 가깝더라고요. 요즘 AI 쇼핑 어시스턴트는 사용자의 의도를 더 잘 파악하기 위해 생성형 AI 기술을 쓰기도 하고, 리뷰 데이터를 분석해서 추천 이유까지 알려주는데요. 하지만 '어버이날 선물'처럼 특수한 목적의 검색에는 실패 확률이 가장 낮은 ‘안전한’ 선택지를 먼저 보여주는 경향이 있었어요.

AI가 어버이날 선물로 '홍삼'을 추천하는 진짜 이유
근데 왜 하필 홍삼이나 안마기일까요? 이건 AI가 게으른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똑똑해서 그렇습니다. AI는 우리 개개인이 아니라 방대한 빅데이터를 보고 있거든요.
실제로 최근 카카오페이나 롯데멤버스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부모님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압도적으로 현금/상품권이었고, 자녀가 드리고 싶은 선물 2위가 바로 건강식품이었다고 해요. 네이버 데이터랩에서도 매년 5월이 되면 ‘어버이날’과 ‘홍삼’ 검색량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치솟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결국 AI는 ‘우리 엄마, 아빠’가 아닌 ‘데이터상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50대 부모님’에게 가장 잘 통할 선물을 추천해준 셈입니다. 최악의 선택은 피하게 해주지만, 최고의 선물이 되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네요.

'뻔한 추천'을 최고의 선물로 바꾸는 3가지 방법
여기서 포기하면 그냥 ‘AI가 골라준 뻔한 선물’에서 끝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추천 목록을 ‘정답’이 아니라 ‘생각의 재료’로 써보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더라구요.
1. '홍삼' → '우리 부모님 맞춤 건강'으로 해석하기
AI가 던져준 '홍삼'이라는 단어를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바꿔 생각해보는 거죠. 그러자 얼마 전 어머니가 "요즘 눈이 침침하네"라고 하셨던 말이 떠올랐어요. 저는 바로 '루테인 영양제'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삐걱이는 무릎을 떠올리며 '관절 영양제'를 찾아보기도 했구요. AI의 막연한 추천에 저의 ‘개인적인 서사’가 더해지니, 비로소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 아이디어가 되더라구요.
2. '안마기' → '특별한 휴식 경험'으로 확장하기
'안마기'는 '피로 회복'과 '휴식'을 위한 도구잖아요. 이 키워드를 좀 더 확장해볼 수 있습니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물리적인 휴식도 좋지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면, 고급 스파 이용권이나 호텔 애프터눈 티 세트처럼요. 부모님 두 분이서 오붓하게 데이트할 시간을 선물해드리는 겁니다. 안마기는 거실 한편에 머물지만, 특별한 하루의 기억은 훨씬 더 오래 남을 수 있거든요.
3. '스마트워치' 같은 의외의 제안은 '대화의 시작점'으로
가끔 AI는 스마트워치나 AI 스피커 같은 조금은 의외의 추천을 하기도 합니다. 덜컥 사드렸다간 서랍만 지키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걸 부모님과의 대화 시작점으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 AI가 요즘 이런 것도 유행이래요 하고 보여주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며 슬쩍 운을 떼보는 거죠. "나는 그런 거 복잡해서 싫다" 하실 수도 있지만, "오, 신기하다! 그게 뭐 하는 건데?"라며 의외의 호기심을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접목한 시니어 가전이나 건강 모니터링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라, 부모님의 숨겨진 취향이나 필요를 발견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치며: AI는 정답이 아닌 '생각의 재료'
AI에게 어버이날 선물을 물어본 경험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AI가 점점 더 똑똑해져서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고 제 취향까지 학습한다고 해도, 아직 우리 부모님의 세세한 취향이나 최근의 관심사까지는 알지 못해요. 그건 역시 40년 넘게 지켜본 자식인 제가 더 잘 알죠.
하지만 선물 고르기가 막막해서 멘붕이 올 때, AI가 던져주는 데이터 기반의 추천들은 아주 훌륭한 출발점이 되어주었습니다. AI가 알려준 '홍삼'이라는 키워드 덕분에 저는 부모님의 '건강'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됐으니까요.
결국 중요한 것은 AI의 추천을 맹신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영감의 재료로 삼아 나만의 스토리를 더하는 과정이라는 걸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AI 활용법 > 일상 활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챗GPT로 1,000장 가족 사진 정리, 주말 AI 앨범 만들기 도전기 (1) | 2026.07.04 |
|---|---|
| AI 여행 계획이 추천한 맛집 5곳 중 3곳이 폐업한 까닭 (2) | 2026.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