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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 좀 골라달라 했더니 — AI한테 취향 분석 독서 큐레이션을 맡겨봤어요

피드너 2026. 8. 5. 08:00

 

지난 주말이었어요. 침대에 누워서 좋아했던 소설 3권 제목을 챗GPT(ChatGPT)에 적어 넣고 '이거랑 비슷한 책 골라줘' 했더니, 5권을 줄줄 뽑아주더라고요. 문제는 그 중 절반이 세상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작가 이름은 진짜인데 제목이 가짜였어요. 도서관 검색창에 넣어보니 그런 책 자체가 존재를 안 했거든요. 그날 이후로 'AI한테 책 추천 받기'를 진지하게 파보게 됐습니다.

 

AI 책 추천이 '남의 취향'보다 나을 거란 기대

사실 시작은 단순했어요.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막상 뭘 읽을지 못 고르겠더군요.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면 그게 다 '남이 많이 산 책'이잖아요. 평점 높은 책도 결국 평균치예요. 제 취향이랑은 또 다른 얘기입니다.

 

그래서 기준을 바꿔봤습니다. '많이 팔린 책' 말고 '내가 진짜 재밌게 읽은 책'을 출발점으로 삼고, 거기서 가지를 뻗어보자는 거였어요. AI라면 책 줄거리뿐 아니라 분위기나 속도감까지 읽어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챗GPT 책 추천 프롬프트, 취향 전달하는 4가지

그냥 "비슷한 책 추천해줘" 하면 정말 뻔한 답이 나와요. 적중률을 올리려면 취향을 꽤 구체적으로 떠먹여 줘야 했어요. 저는 이 네 가지를 넣었더니 결과가 확 달라졌습니다.

 

  1. 좋아한 책 3~5권을 제목·작가와 함께, '뭐가 좋았는지'까지 적습니다. 분위기인지 속도감인지 인물인지요.
  2. 싫었던 책 1권도 넣습니다. 뭘 피해야 할지 알려주는 신호가 됩니다.
  3. 추천에서 빼고 싶은 작가가 있으면 미리 제외 지정합니다.
  4. 추천 이유를 책마다 한 줄씩 설명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특히 4번이 중요했어요. 이유를 같이 써달라고 하면, 그 설명만 봐도 'AI가 내 취향을 제대로 잡았는지 헛다리 짚었는지'가 바로 티가 나거든요.

 

 

AI 독서 큐레이션 결과, 성공과 실패가 갈렸어요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습니다. 잘 맞은 부분부터 얘기하자면, 제가 좋아한 책들의 '결'을 생각보다 정확히 잡아냈어요. 잔잔하면서 인물 심리가 촘촘한 소설을 좋아한다는 걸 읽고, 제가 안 읽어본 비슷한 작가를 정확히 물어다 주더군요.

 

근데 실패도 뚜렷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였어요.

 

1. 취향 감옥에 가두는 편향

 

비슷한 책만 계속 추천하니까, 나중엔 다 거기서 거기인 느낌이 들었어요. 추천 알고리즘을 다룬 연구들을 보면, 알고리즘이 취향을 한쪽으로 좁혀 다양성을 깎는 경향이 보고된다고 합니다. 좋은 큐레이션은 '적당한 일탈' 한 권쯤은 섞어줘야 하는데, AI는 안전한 쪽으로만 자꾸 몰더라고요.

 

2. 구할 수 없는 책을 골라주는 실용성 문제

 

절판된 책, 국내에 번역 안 된 책을 천연덕스럽게 추천했어요. 읽고 싶어도 못 읽는 책이면 추천의 의미가 없잖아요. 같은 프롬프트를 다음 날 또 넣으면 또 다른 책을 뽑아주는 것도 당황스러웠습니다. '객관적 취향 분석'이라기엔 그때그때 답이 흔들렸어요.

 

 

AI 책 추천의 가짜 책(환각)과 검증하는 법

제일 골치 아픈 건 역시 가짜 책이었습니다. AI가 실존하는 작가 이름에 그럴듯한 가짜 제목을 붙여서, 세상에 없는 '유령 책'을 지어내는 거예요.

 

이게 저만 겪는 일이 아니었어요. 2025년 미국의 일간지 시카고 선타임스(Chicago Sun-Times)가 AI로 만든 여름 추천 도서 목록 15권 중 상당수(약 10권)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짜 책이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도서관(Library of Virginia)에서는 이메일 문의의 약 15%가 'AI가 알려준 책을 찾아달라'는, 즉 유령 책 관련 문의였다고 해요. 사서들이 "도서관이 비밀 책을 숨기고 있다"는 항의까지 받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검증 절차를 따로 만들었어요. 어렵지 않습니다.

 

  1. AI가 추천한 책 제목과 작가를 그대로 복사합니다.
  2. 도서관 통합검색이나 인터넷 서점 DB에 제목·작가로 넣어봅니다.
  3. ISBN이 잡히고 실제 판매·소장 기록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안 잡히면 가짜로 의심하고 버립니다.

 

참고로 저는 국립중앙도서관 검색이랑 알라딘을 같이 띄워놓고 교차로 확인하고 있어요. 둘 다에서 안 나오면 거의 유령 책이더라고요.

 

 

효율은 AI, 확인은 사람의 몫

한 달쯤 굴려보고 내린 정리는 이렇습니다. AI 책 추천은 취향의 결을 잡아 후보를 빠르게 뽑는 데는 진짜 쓸만해요. 다만 그 후보가 실제로 존재하는 책인지, 내가 구해 읽을 수 있는 책인지는 전부 제 몫이었습니다.

 

결국 잘 쓰려면 세 가지였어요. 취향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추천받은 책은 반드시 실존하는지 검증하기, 그리고 가끔은 AI가 안 골라준 엉뚱한 책 한 권도 일부러 끼워 넣기.

 

그날 침대에서 도서관 검색창에 가짜 제목을 넣고 멍하니 빈 결과창을 보던 장면이 아직도 생각나요. AI는 책장 앞까지 데려다주는 안내원일 뿐, 그 책이 진짜 거기 꽂혀 있는지 손으로 빼보는 건 언제나 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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