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40만 토큰짜리 회의록 200쪽을 클로드(Claude)한테 던지고 요약을 받았는데요. 앞뒤는 멀쩡한데 딱 100쪽 부근 안건이 통째로 사라져 있더라고요.
처음엔 제가 파일을 잘못 올렸나 싶었어요. 근데 원문을 다시 뒤져보니 그 안건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AI가 "안 읽은" 부분을 그냥 건너뛴 거였어요. 그래서 이게 우연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 직접 파봤습니다.
클로드 긴 문서 요약, 토큰 한도부터 따져야 합니다
일단 200쪽짜리 텍스트 PDF가 어느 정도냐면, 보통 1쪽이 1,500~ 3,000토큰쯤 됩니다. 200쪽이면 30만~60만 토큰이 나오는 셈이에요.
문제는 클로드의 기본 모델이 한 번에 받아주는 양이 200K(20만) 토큰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200K를 쉽게 설명하자면, A4로 80~100장 정도예요. 30만 토큰짜리 회의록은 이 한도를 그냥 넘어버립니다.
이제는 정식으로 1M(100만) 토큰까지 받아주는 모델도 있어요. 1M이면 영어 기준 75만 단어니까 두꺼운 책 여러 권 분량이지요. 근데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클로드는 PDF를 텍스트로 뽑는 동시에 각 페이지를 이미지로도 변환해서 표·차트까지 읽는데, 이 시각 분석이 기본 모델 기준으로 약 100쪽까지만 제대로 돈다고 합니다(1M 모델은 600쪽까지예요). 그걸 넘으면 사용자한테 별 알림 없이 텍스트 전용 모드로 슬그머니 바뀔 수 있어요.
제 회의록에서 사라진 안건이 하필 100쪽 부근이었던 게, 이 전환 지점과 겹쳤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중간 누락 현상, 왜 하필 한가운데가 사라질까
이건 LLM 특유의 버릇입니다. 긴 글을 줄 때 시작과 끝은 잘 챙기는데 한가운데는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학계에서 "Lost in the Middle"이라고 부르는 현상인데, 주의력 곡선이 U자를 그린다고 합니다.
사람도 비슷하잖아요. 회의록 첫 장과 마지막 결론은 기억나는데 중반부 자잘한 안건은 흐릿한 것처럼요.
다만 이걸 "클로드는 중간을 못 읽는다"로 단정하면 좀 억울합니다. 옛날 모델 얘기거든요. Claude 2.1 시절엔 중간 정보 회수율이 27%에 그쳤다고 하는데, Claude 3 Opus에 와서는 99% 이상까지 올라갔다고 해요. 세대 차이가 워낙 큽니다.

함정 질문으로 AI 요약 검증하는 법
그래서 통째로 요약을 받았으면, 그걸 그대로 믿지 말고 한 번 떠보는 게 좋습니다. 제가 쓰는 방식은 "건초더미 속 바늘 찾기"예요. 중간에 묻힌 특정 정보를 콕 집어 물어보는 겁니다.
- 중간부의 구체적 사실을 질문합니다. "127쪽 OOO 안건에 누가 반대했어?"처럼요.
- 답이 나오면 "원문 몇 쪽에 그 내용이 있어?"로 근거를 되묻습니다.
- 질문 앞에 "가장 관련 있는 문장을 먼저 찾고 답해줘"를 붙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세 번째 한 줄이 효과가 큽니다. Claude 2.1도 이 프롬프트 한 줄로 회수율이 27%에서 98%까지 뛰었다는 보고가 있어요. 질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절반이라고 봅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게 있어요. 특정 정보 하나를 99% 찾아내는 능력이 곧 문서 전체를 잘 종합·요약하는 능력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늘을 잘 찾는다고 건초더미 전체를 다 이해한 건 아니니까요.

챗GPT·제미나이와 비교한 진짜 위험, 환각
여기까지는 "누락"이었는데요. 사실 누락보다 더 무서운 건 따로 있습니다. 안 읽은 중간 부분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거예요. 흔히 환각이라고 부르는 그거죠.
차라리 통째로 빈칸으로 남으면 제가 알아챕니다. 근데 챗GPT(ChatGPT)든 제미나이(Gemini)든 클로드든, 매끄러운 문장으로 없는 안건을 만들어내면 검증 없이는 잡아내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어느 모델이 더 자연스럽게 거짓말하는지를 따지는 게 의미 없을 만큼, 셋 다 "그럴듯함"은 충분합니다.
그러니 모델을 고르는 것보다 검증 루틴을 까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200쪽 PDF, 실전에선 이렇게 나눠 넣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쪽을 한 방에 던지는 걸 별로 안 좋아하게 됐어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중간이 새는 게 불안해서요. 그래서 요즘 제가 쓰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 표·차트가 몰린 핵심 구간은 100쪽 이하로 잘라서 따로 넣습니다. 시각 분석이 살아있는 구간 안에서 처리하려는 거예요.
- 통째 요약을 받은 뒤엔 중간부 함정 질문 두세 개로 반드시 떠봅니다. "원문 인용"을 같이 요구하면 환각이 확 줄어듭니다.
- 비용·속도가 부담되면 섹션별로 먼저 요약하고 마지막에 합칩니다. 회의록 정리할 때 이 방식이 제일 안정적이었어요.
이렇게 나눠 넣으면 손은 좀 더 가지만, 적어도 100쪽짜리 안건이 증발하는 사고는 안 납니다.
다음에 또 두꺼운 PDF를 통째로 던지고 요약 막대를 쳐다보게 되면, 저는 요약을 받자마자 한가운데를 콕 집어 떠보는 질문부터 던질 생각이에요. AI가 끝까지 읽었는지 아닌지는, 결국 그 한두 개 함정 질문에서 갈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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